문학 끄적거림/수필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의 강아지 이름은 빠삐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조무래기 유년기 시절. 우리집 마당에는 한마리 개가 있었다. 약간 빛 바랜 코발트 블루 페인트가 살짝 벗겨지고 있던 고철로 된 대문을 열면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마당 끝, 나무판자로 만든 노란색 경사지붕의 개집.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무섭게 뚫고 박혀 있는 구부러진 철근 끝자락에 연결된 굵은 철사를 꼬아 만든 개줄과 두꺼운 가죽으로 된 목걸이에 단단히 묶여 있는 흰색 바탕에 얼룩진 연약한 개가 있었다. 그 녀석은 비가 오면 판자집에 들어가 엎드린 채 자기 밥 그릇 주변에 떨어지는 빗줄기를 그윽히 쳐다 보고 있었다. 한껏 추운 겨울에도 못쓰는 이불을 몇 겹으로 접어 깔아 주면 얼굴을 자기 가슴 깊숙히 파묻고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달달 떨며 그자리 그대로 엎드려 있었.. 더보기 작은 동물원 고교 졸업 후 출가해서 살고 있는 아이one이 어느 날 강아지 두 마리를 주렁주렁 매달고 왔다. 이미 키우고 있던 닥스훈트까지 세 마리가 서로 뒤엉켜 있는 사이 거실은 순간 쑥대밭이 되었다.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 가족들이라 잔소리는 잘 하지 않았지만 두 마리를 작은 공간에서 키우겠다고 고집하는 아이one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했었다. 지금은 아이one이 군대를 가는 바람에 여기는 요즘 동물농장이 되어 똥천지가 되었다. 내 아이one은 태어날 때 부터 다양한 애완동물들과 섞여 자랐다. 하얀색 말티즈하고는 항상 서로 자기가 형이라고 싸우며 자랐는데 아빠 입장에서 보면 그때는 말티즈가 형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애완동물 중에 강아지는 역시 ‘반려견’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듯이 인격적 대우가 가능했기 때문에 형제.. 더보기 이름짓기 #4. 별명 _ Nickname 별명은 이름 짓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친구들이 쉽고 편하게 부르기 위해서 만들어 지기도 하지만 하대하기 위해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안에 의미란 거의 없고 축복이나 바램 따위는 더더욱 찾아볼 수가 없다. 마치 강아지 이름 짓듯이 쉽게 지어지고 부르는게 별명인 것이다. 어쩌면 강아지 이름짓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지도. 별명은 누가 먼저 우수깡스러운 단어를 찾아 내는가에 달렸다. 나는 성이 ‘조’씨라서 조조라고 불렸다. 이름이 무엇인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냥 누군가 ‘조조’ 했는데 주변에서 웃었다면 그냥 평생 조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같은 반 같은 성이 다 같은 별명을 갖는 건 아니다. 그냥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각자의 감정에 따라 그대로 정해지는 것 뿐이다. 그나마 난 다행이었다.. 더보기 이름짓기 #3. 작명 (作名) 나의 아이는 아버지 가시고 딱 1년 후에 태어났다. 아마 계셨더라면 직접 작명을 해 주셨겠지. 어쩌면 그게 가장(家長)의 의무일 수도 있을테니까. 그 때 가족들은 저마나 하나씩 이름을 지어 왔다. 한자의 뜻과 음을 이야기하고 발음하며 주장했었다. 어차피 결정은 가장의 몫이었는데 그건 바로 나였다. 합의가 없었던 독단적인 결정은 아니었지만 결국 내가 주장하던 대로 정해졌고 등록했다. 현재까지 만족하며 지내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참 잘한 결정이라고 여겨진다. 아이가 만족하고 있다는 것은 그 이름으로 해를 입은 적이 없다는, 아니 많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마도 부모가 아이의 작명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이름으로 인하여 친구들에게 어떻게 불리우게 될 것 인가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성.. 더보기 이름짓기 #2. By5persons 몇년 전. 대략 7~8년 전 쯤.회사 동료 몇명이 모여 스터디 그룹을 만든 적이 있었다. 미래를 위해 회사를 하나 만들 수 있을 만 한 멤버들로 시작했다. 퇴근 후 함께 모여 R&D 할 수 있는 장소까지 제공해 주시는 스폰서도 있었다. 각자의 역량에 따라 과제를 나누고 모여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필요에 따라 멤버가 추가되어 최종 5명이 되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직장인 신분으로 회사 모르게 움직이는 R&D는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달았고 우리만의 해프닝으로 쉽게 그냥 끝나 버렸다. 서로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스스로 부족함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걸 정리한 후 남은 것은 이메일 주소 하나였다. 프로젝트 진행과 우리의 소통을 위해서 만들었던 이름.. 더보기 이름짓기 #1. 나의 첫 이름 23살이었던가. 그때가? 30개월 군대생활을 마치며 돌아와 전국을 돌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복학 전에 구입했던 386 PC. 20인치 CRT모니터에 캐논 잉크젯 프린터까지 들고 와서 처음 설치했던 프로그램이 이야기 5.3 모뎀을 통해 전화접속하고 '하이텔', '천리안'에 접속해 조잘대던 시절. 가장 먼저 해야했던 건 바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정하는 것이었다. 빨리 접속해야 했기에 아무 생각없이 정했던 아이디. 나의 닉네임. fizcho 굳이 의미를 두자면 Fizz + Cho 였다. 아무런 의미와 뜻이 없었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그렇게 인터넷 세계는 나를 '피즈'라고 불러주었다. '피즈야', '피즈형', '피즈오빠' 라고...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갔다. 아주 긴 시간이. 그 긴 시간동안 인터넷 세계는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