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끄적거림/수필

나의 강아지 이름은 빠삐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조무래기 유년기 시절. 우리집 마당에는 한마리 개가 있었다.

 

약간 빛 바랜 코발트 블루 페인트가 살짝 벗겨지고 있던 고철로 된 대문을 열면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마당 끝, 나무판자로 만든 노란색 경사지붕의 개집.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무섭게 뚫고 박혀 있는 구부러진 철근 끝자락에 연결된 굵은 철사를 꼬아 만든 개줄과 두꺼운 가죽으로 된 목걸이에 단단히 묶여 있는 흰색 바탕에 얼룩진 연약한 개가 있었다. 그 녀석은 비가 오면 판자집에 들어가 엎드린 채 자기 밥 그릇 주변에 떨어지는 빗줄기를 그윽히 쳐다 보고 있었다. 한껏 추운 겨울에도 못쓰는 이불을 몇 겹으로 접어 깔아 주면 얼굴을 자기 가슴 깊숙히 파묻고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달달 떨며 그자리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굳게 닫혀 있는 철문도 있는데 도망도 가지 않는 개를 왜 그리 무섭게 묶어 두었는지 그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 개를 ‘빠삐’라고 불렀다.

 

가끔 코발트색 대문이 열려 있으면 지나가던 숫캐가 마당 안으로 잠시 들어왔다 가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는 그 때 마다 빠삐가 해꼬지를 당할까봐 어디선가 몽둥이를 들고 와서 수캐를 내쫏으려고 막 뛰어 다녔었다. 두어달이 지나면 빠삐는 새끼를 낳았고 우리는 꼬물거리는 새끼들이 너무 이뻐 빠삐 품속에서 강아지를 꺼내 지칠때까지 데리고 놀다 돌려주곤 했다. 자기 아이들까지 내어주면서도 꼬리치던 빠삐가 어느 날 학교를 갔다 오니 없어져 버렸다. 한참을 울면서 찾고 있는데 열린 문 틈으로 도망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말을 믿고 빠삐를 원망한 나는 참 바보였던것 같다. 자기 새끼를 버리고 도망가는 어미가 도대체 어디 있다고. 그렇게 어미가 된 빠삐는 자식들을 둔 채 어디론가 사라져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노란색 지붕의 판자집에 남아 있던 새끼들이 조금 더 자라 스스로 밥을 먹을 때가 되면 인근 동네 주민들이 한 마리씩 새끼들을 데리고 갔고, 마지막 암컷 한마리가 남으면 우리는 다시 굵은 철사를 꼬아 만든 줄에 연결된 두꺼운 가죽 목걸이에 어미와 같이 똑같이 묶으며 그 아가를 다시 ‘빠삐’라고 불렀다.

내가 기억하는 어릴적 나의 강아지 이름은 ‘빠삐’다.

'문학 끄적거림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동물원  (0) 2019.03.04
이름짓기 #4. 별명 _ Nickname  (0) 2019.03.01
이름짓기 #3. 작명 (作名)  (0) 2019.02.28
이름짓기 #2. By5persons  (0) 2019.02.28
이름짓기 #1. 나의 첫 이름  (0) 2019.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