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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끄적거림/수필

이름짓기 #2. By5persons



몇년 전. 대략 7~8년 전 쯤.

회사 동료 몇명이 모여 스터디 그룹을 만든 적이 있었다. 미래를 위해 회사를 하나 만들 수 있을 만 한 멤버들로 시작했다. 퇴근 후 함께 모여 R&D 할 수 있는 장소까지 제공해 주시는 스폰서도 있었다. 각자의 역량에 따라 과제를 나누고 모여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필요에 따라 멤버가 추가되어 최종 5명이 되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직장인 신분으로 회사 모르게 움직이는 R&D는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달았고 우리만의 해프닝으로 쉽게 그냥 끝나 버렸다. 서로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스스로 부족함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걸 정리한 후 남은 것은 이메일 주소 하나였다. 프로젝트 진행과 우리의 소통을 위해서 만들었던 이름. 어쩌면 우리의 회사가 될 수도 있었을 이름.


by5persons


함께하는 5명의 공동체를 표현하는 단어였다. 쉽지 않았지만 어렵지도 않았던 작명 순간이 생각난다. 딱히 맘에 들지도 않았지만 굳이 안 쓸 이유도 없었던 단어였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더 좋은 단어를 만들려고 고통했을 것이다. 결국  우리의 이름은 그렇게 지어졌다.


5 Persons. 우리 5명.


그 이름은 자주 쓰게 될 수록 우리 5명을 생각하게 만드는 단어가 되었다. 별다른 의미 없이 지어졌던 단어였지만 자주 사용하면 할수록 뭔가 느낌이 달라졌다. 물이 피로 변하고 있는 느낌. 

그렇게 우리는 서로 잊혀지며 헤어졌고 기억나지 않는 추억이 되었다.


그 이후 쓰지 않다가 이번 내 이름을 지으려다 보니 문뜩 생각이 나 버렸다. 이제는 5명이 함께 하지 않으면 의미없고 혼자 사용하기에는 미안한 이름이 되어 있었다. 어쩌면 이름이라는 것은 그런건가 보다. 내가 아니면 안되는, 우리가 아니면 안되는 단어. 그래서 고유명사라고 하나보다.


이름은 내가 아니면 안되는 이 세상에 딱 하나 있는 내 것이다.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내 것. 

나는 이제 그 내 것을 하나 갖으려고 한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고유명사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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